가벼운 로코인 줄 알고 틀었다가, 임주경이 화장을 지운 얼굴을 들킬까 봐 벌벌 떠는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 애가 숨기고 싶었던 건 민낯이 아니라 상처받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아는 순간, 이 드라마는 나에게 그냥 학원 로맨스가 아니게 됐다. 외모 때문에 주눅 들었던 열일곱의 내가 화면 속에 있었다. 문가영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움의 화신이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과장된 코믹 연기를 하다가도, 한순간에 눈가가 그렁해지면서 보는 사람 마음을 무너뜨린다. 차은우의 수호는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 주경의 비밀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있어주는 그 다정함이 진짜 얼굴값이었다. 그리고 황인엽의 서준. 오토바이 뒤에 앉으라고 헬멧을 내밀 때마다 나는 화면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서준이냐 수호냐로 친구와 새벽까지 토론하던 그 시간까지가 전부 이 드라마의 추억이다. 지금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이면 여신강림을 튼다. 깔깔 웃다 보면 어느새 "너는 화장을 지워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로가 마음에 스며들어 있다. 명랑한 얼굴로 이렇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드라마를, 나는 이것 말고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