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정주행한 게 미안해질 만큼 잘 만든 드라마였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이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을 파고드는 이야기 — 로맨스도, 사이다 응징도 없이 16부를 끌고 가는데 단 한 회도 늘어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스치듯 지나간 대사와 장면이 나중에 전부 회수될 때의 쾌감은, 이 드라마가 왜 명작 소리를 듣는지 그대로 증명한다. 조승우는 무표정으로 그렇게 많은 걸 말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이 작품에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배두나의 한여진 형사 — 차가운 황시목 옆에서 사람의 온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존재라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만 해도 화면에 묘한 안정감이 생긴다. 수사물인데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사람이 남는 드라마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긴장감만으로 완주하게 만드는 각본은 정말 드물다. 장르물 좋아하는 분께는 망설임 없이 첫손에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