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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 넷을 시집 보내라니

조선 시대에 "노처녀 넷을 시집보내라"는 왕명이 떨어진다. 이 촌스러울 수 있는 설정이 촌스럽지 않은 이유는, 이 드라마가 결혼을 로맨스의 결승선이 아니라 여성의 생존 문제로 다루기 때문이다. 남정네가 죽으면 평생 상복을 입어야 하고, 혼기를 놓치면 집안의 짐이 되는 시대 — 정순덕이 매파 노릇을 하며 뛰어다니는 건 낭만이 아니라 구조에 맞서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건 네 아가씨가 각자 다른 이유로 결혼하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누군가는 소문 때문에, 누군가는 신분 때문에, 누군가는 스스로 원하지 않아서. 매회 한 쌍을 맺어주는 에피소드 구조가 자칫 반복적일 수 있는데, 각 커플이 "그 시대가 여성에게 무엇을 요구했는가"를 다른 각도로 비추면서 옴니버스가 하나의 주제로 모인다. 정순덕이 결국 자기 손으로 자기 삶의 짝을 고르는 결말이 뭉클한 것도 그 축적 덕분이다. 로운과 조이현은 티격태격 케미의 교과서를 보여준다. 특히 조이현의 순덕은 발랄하지만 가볍지 않다 — 과부라는 사회적 낙인을 쓰고도 남의 혼사를 챙기는 인물의 아이러니를, 웃기다가 문득 서늘하게 만드는 연기로 잡아낸다. 로운의 심정우는 세상에 등 돌린 남자의 무기력을 과장 없이 표현하고,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순간들에 사극 특유의 절제가 잘 어울린다. 미스터리 축(청연의 죽음)이 로맨스와 따로 놀지 않고 감정의 근거가 되어준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짜임새를 보여준다. 다만 초반 시청률이 3%대까지 떨어졌던 데는 이유가 있다 — 인물과 설정을 까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중반의 몇몇 에피소드는 늘어진다. 인내심을 요구하는 대신, 후반부터 회수되는 감정이 크다.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5.8%)을 찍은 건 늦게 붙은 시청자들이 끝까지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려한 사극은 아니다. 그러나 "짝을 맺어준다"는 행위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성실하게 그린, 따뜻하고 단정한 작품이다. 요란한 신드롬 없이도 다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종류의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