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물은 안 보려고 했다. 뻔하거나, 아니면 통쾌한 척하면서 폭력을 소비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드라마는 둘 다 아니었다. 연시은은 전교 1등이고, 왜소하고, 안경을 쓴 조용한 아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싸우는 방식이 무섭다. 주먹이 아니라 계산으로 싸운다. 물리 교과서에서 배운 지렛대의 원리로, 실험실 도구로, 상대의 습관을 관찰해서. 액션 장면 하나하나가 캐릭터의 지능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이렇게 머리 쓰는 액션은 처음 봤다. 박지훈은 이 작품으로 완전히 다른 배우가 됐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지운다. 감정을 크게 쓰지 않는데도 눈빛 하나로 "이 아이가 지금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가 전해진다. 그리고 최현욱과 홍경.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우정의 온도가 이 드라마의 진짜 심장이다. 특히 홍경이 연기한 오범석 —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인물의 흔들림을, 이렇게 설득력 있게 그린 캐릭터를 본 적이 없다. 8부작이라는 분량도 완벽하다. 늘어지는 회차가 하나도 없고, 매회 끝날 때 심장이 조인다. 그리고 결말.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마지막에 절대 쉽게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폭력을 미화하지도, 피해자를 대상화하지도 않으면서,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를 지키려는 마음이 얼마나 값진지도. 시즌2까지 나온 지금, 이 작품이 왜 그렇게 오래 회자됐는지 알겠다. 올해 본 것 중 가장 강하게 남은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