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함께 산 남편이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는 설정만 보고 자극적인 스릴러일 거라 짐작했는데, 정작 나를 붙든 건 조용한 장면들이었다. 백희성이 아내 앞에서 감정을 흉내 내는 얼굴과, 혼자 있을 때 그 표정이 스르르 풀리는 얼굴이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서 매번 숨을 죽이고 봤다. 이준기가 이 역할에서 하는 일은 연기 안에서 또 연기를 하는 것이다. 어색하게 웃는 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연기라, 후반으로 갈수록 그가 진짜 웃는 순간이 오면 그게 그렇게 반가웠다. 문채원의 차지원도 좋았다 — 형사로서의 직감과 아내로서의 부정 사이에서 흔들리는데, 어느 쪽도 어리석어 보이지 않게 그려진다. 장르는 범죄인데 끝나고 남는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아는 저 사람이 정말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 그 물음을 이렇게 아프게 다룬 드라마를 오랜만에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