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에 서툰 여자와 룸메이트가 되기 위해 게이인 척하는 남자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다는 설정이죠. 박해인 역의 손예진은 첫 회부터 사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웃기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고, 전진호 역의 이민호는 정반대 지점에서 진지함으로 상황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대사는 빠르고 재치 있었으며, 두 사람이 집에서 함께하는 장면들은 이 장르에서 본 것 중 가장 사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이인 척하는 설정을 웃음거리로 삼고, 성소수자로 묘사되는 캐릭터들을 인격체가 아닌 농담거리로 소비한다는 점이 그랬습니다. 여기에 착한 친구부터 악한 경쟁자까지, 여성을 대하는 극본의 방식까지 더해지니 작품이 제작된 시기보다 훨씬 더 구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왜 이 작품이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기둥으로 불리는지, 왜 많은 이들이 다시 찾는지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웃음을 유발했던 요소들이 조금 더 나은 설정에 기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안고 시청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