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안고 이 드라마를 시작했습니다. 홍 자매 작가들의 재치를 신뢰하는 편이고, '서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디어는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손오공 역의 이승기는 본인도 즐기면서 연기하는 게 느껴졌고, 우마왕 역의 차승원은 단연 이 작품 최고의 캐스팅이었습니다.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더군요. 진선미 역의 오연서도 캐릭터에 차분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세계관의 규칙은 매회 바뀌고, 캐릭터들은 보호와 운명에 관한 똑같은 대사만 반복하며, 로맨스는 한 발자국 나아갔다가 두 발자국 물러서기를 반복했죠. 저는 이 모든 것이 마지막에 거대한 무언가로 터져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회가 되니, 20회 내내 기다려온 순간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해 버리더군요.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화면을 끄면서 '이걸 보려고 그동안 기다렸나?' 하는 허탈함이 들었습니다. 차승원의 연기와 몇몇 재치 있는 장면들은 기억에 남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