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처음 본 지 수년이 지난 후 다시 이 드라마를 정주행했는데, 분명 시대에 뒤떨어졌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고은찬이 남자만 일할 수 있는 커피숍에 취직하기 위해 남장을 하는 설정은 단순히 장난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절박함 때문이었고, 드라마는 그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습니다. 윤은혜의 연기는 그녀의 걸음걸이와 어색한 웃음 하나하나까지 믿게 만들고, 공유는 여기서 아주 젊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그려지는 방식이 핵심인데, 그는 세상의 시선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2007년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을 이 설정이 오늘날에는 그저 솔직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서브 커플의 이야기와 드라마가 그들의 성숙한 아픔을 다루는 방식도 무척 좋아합니다. 우울할 때마다 몇 편씩 보려고 틀었다가 결국 매번 끝까지 다 보게 되네요. 빛이 바래지 않은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