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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못 알아보는 여자가 유일하게 알아본 얼굴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소연에게 세상 모든 얼굴은 스쳐 지나가는 낯섦이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 AI 홀로라는 설정 — 이 한 줄에서 이미 마음이 저릿했다. 늘 혼자였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가 생겼는데, 그 존재는 만질 수 없다니. 윤현민의 1인 2역은 이 드라마의 심장이다.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홀로와, 얼굴은 똑같은데 가시투성이인 난도를 오가는데, 표정과 목소리의 온도만으로 두 존재가 완벽하게 구분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화면 속 얼굴이 아니라 눈빛으로 "지금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 소연의 마음을 그대로 체험하게 만드는 연출이라니. 2020년에 봤을 때보다 AI와 매일 대화하는 지금 다시 보니 질문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완벽하게 다정한 존재와 불완전하게 진심인 존재 중 무엇이 사랑일까. 이 드라마는 그 답을 강요하지 않고, 다만 사랑할수록 외로워지는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준다. 넷플릭스 어딘가에 묻혀 있기엔 너무 아까운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