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장면 하나 보려고 켰다가 8부작을 하루에 다 봤다. 첫인상은 단순하다. 착한 복서 두 명이 나쁜 사채업자를 때려잡는 이야기. 실제로 그게 전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자기가 뭘 잘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게 보인다. 복잡한 반전을 넣으려 애쓰지 않고, 대신 주먹이 나가는 순간의 무게에 전부를 건다. 복싱 기술 고증이 살아 있어서 액션이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저 편치는 진짜 아프겠다" 싶은 리듬으로 이어진다. 요즘 K-액션이 칼과 총으로 가는 와중에, 맨주먹으로 이만한 쾌감을 만든 건 드물다. 우도환은 이 작품에서 완전히 자기 옷을 찾은 것 같다. 김건우는 착한 게 아니라 우직해서 물러서지 않는 인물인데, 그 차이를 몸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의외의 발견은 이상이였다. 홍우진의 능글맞음이 없었으면 이 드라마는 너무 무거웠을 거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등을 맡기는 관계가, 사실 이 작품의 진짜 중심이다. 액션물인 척하는 우정물. 반대로 아쉬운 건 악역이다. 박성웅과 허준호가 각자 좋은 연기를 하는데도, 나쁜 놈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얇다. "돈 앞에서 사람 목숨이 아무것도 아닌 세계"라는 설정은 강렬한데, 그 세계를 굴리는 논리가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 사채라는 소재가 가진 사회적 무게를 조금 더 파고들었다면 액션의 카타르시스가 더 깊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 그리고 이 드라마를 지금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게 있다. 촬영 후 배우 논란으로 분량이 편집되면서, 몇몇 인물의 서사가 매끄럽지 않게 이어진다. 보다 보면 "어, 이 사람 이야기는 어디로 갔지?" 싶은 구간이 있는데, 그게 작품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 사정이었다는 걸 알고 나면 조금 씁쓸하다. 그래도 결론은 명확하다. 머리 비우고 시원하게 두들겨 맞고 두들겨 패는 걸 보고 싶은 날, 이만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시즌2까지 나온 지금 보면, 이 작품이 왜 팬덤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