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재의 영화는 대개 가해자를 쫓아가거나 분노를 연료로 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소원이 옆자리에 앉아서,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가고 다시 밥을 먹는 하루하루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 선택 하나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다른 어떤 사회고발 영화보다 오래 마음에 두게 됐다. 이레라는 아역 배우가 해낸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프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아프다는 걸 전부 전달한다. 설경구의 아빠 동훈은 딸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고 우스꽝스러운 짓까지 하는 사람인데, 그 우스꽝스러움이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 된다. 엄지원의 엄마 미희는 화면 구석에서도 계속 버티고 있어서, 저 집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가 눈에 보였다. 다시 볼 용기가 잘 나지는 않지만, 한국 영화를 한 편만 추천하라면 나는 매번 이걸 고른다. 상처를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는 법을 이 영화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