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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동네 허당들이 세상을 구했다, 그리고 나는 8시간을 통째로 잃었다.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기대치는 솔직히 높지 않았다. 한국형 초능력물이라니, 무빙 이후에 또 뭘 보여줄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8부작을 하루에 다 봤고, 다 보고 나서 바로 1화를 다시 틀었다. 세기말 1999년, 동네에서 제일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어쩌다 초능력을 얻는다. 이 설정의 천재적인 부분은 초능력을 얻은 사람이 하필 그들이라는 데 있다.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 동네 아줌마와 백수와 어설픈 청년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액션은 멋있기 전에 먼저 웃기고, 웃긴 다음에 갑자기 뭉클하다. 박은빈은 여기서 또 한 번 자기 커리어를 갱신했다. 우영우로 신드롬을 만든 배우가 그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이렇게 능청스럽고 몸을 쓰는 캐릭터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은채니가 화면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온도차가 확실하다. 차은우도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잘생긴 배우"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대훈 — 이 사람 나올 때마다 화면이 살아난다. 김해숙, 손현주 같은 배우들이 조연으로 받쳐주는 밀도는 말할 것도 없고. 유인식 감독은 우영우에서 이미 증명한 걸 여기서 더 밀어붙인다. 판타지 설정을 쓰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절대 놓지 않는다는 것. 초능력 CG가 화려한 회차보다, 그 능력 때문에 인물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장면이 훨씬 오래 남는다. 8부작이라는 분량도 완벽했다. 늘어지는 회차가 하나도 없고, 매회 끝날 때마다 다음 화를 안 볼 수 없게 만든다. 넷플릭스 공개 첫날 1위를 찍고 지금까지 인기가 유지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본 한국 드라마 중 최고다. 아니, 최근 몇 년 통틀어도 손에 꼽는다. 아직 안 보셨다면 오늘 밤 일정을 비우시길.